중앙일보 문기자의 취재일기 [‘전기차 후진국’으로 낙오하지 않으려면] 를 읽으며

며칠전에 문제의 기사를 썼던 중앙일보 기자가 이번엔 사설을 썼다 ([취재일기] ‘전기차 후진국’으로 낙오하지 않으려면). 내 반박글을 보았는지 환경부의 보도자료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전 기사에 대한 변명도 늘어놓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한 문장씩 따라가면서 기사의 의도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중앙일보 4월 11일자(B2면)에 게재된 ‘서울~대전 길 봉변당한 전기차’ 기사를 읽고 충북 청주에 사는 독자가 e메일을 보내왔다.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15년째 몬다는 독자는 “전기차를 구매하려고 했었는데 기사를 읽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기자가 전기차 충전을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이, LPG차 구입 당시 가스 충전소를 찾아 헤매던 시절과 오버랩된 듯했다.

[출처: 중앙일보] [취재일기] ‘전기차 후진국’으로 낙오하지 않으려면

이 문단의 의미는 ‘내 기사는 옳다’ 인 것 같다. 내가 전기차 인프라 문제를 지적했더니 전기차를 사지 않겠다는 사람이 생겼다는 자기 자랑으로 보인다.

전기차를 탔다가 봉변을 당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서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충전소를 늘리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1139기인 충전기를 정부는 2020년까지 3000기로 늘린다고 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국내 처음 등장한 건 1995년(현대 FGV-1)이다. 일반 대중에게 판매가 시작(2009년)된 지도 8년이 지났다. 이 차량은 기름을 넣어도 되지만 전기로 달릴 수도 있다. 순수 전기차 시대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였다.

[출처: 중앙일보] [취재일기] ‘전기차 후진국’으로 낙오하지 않으려면

컨셉트카인 FGV-1 을 들고 온 이유는 우리나라의 전기차 역사가 오래되었는데 정부의 반응이 시원찮다는 것을 역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억지 주장이다. FGV-1 은 순수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가 필요업으며 상용화도 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민간 판매를 처음으로 한 전기차량은 레이이며 2012년부터 판매되었다. 내 차가 일련번호 114번이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전기차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이브리드를 끌여와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비난하는건 억지주장이다.

한국이 손 놓고 있을 때 중국은 저만치 앞서갔다. 중국의 지난해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80만2100대에 달한다. 한국(1만2000대)과 비교하기조차 부끄럽다. 노르웨이·네덜란드 등 전기차 선진국 도로에서도 쉽게 전기차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출처: 중앙일보] [취재일기] ‘전기차 후진국’으로 낙오하지 않으려면

이 부분은 사실 비난할 건덕지가 없다. 사실 기반이니까. 중국/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률이 굉장히 높다.

한국이 팔짱 끼고 관망하는 동안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제조 기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기자가 시승했던 전기차 볼트EV가 대표적이다. 급제동 시 반응속도가 느린 점을 제외하면 별로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힘이 약할 줄 알았는데 오르막길 순간가속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코너링도 꽤 만족할 만했다. 엔진 대신 크기가 작은 모터를 달았기 때문에 실내·수납 공간도 넉넉하다. 배기가스가 없어 지구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 얼마나 좋은가.

[출처: 중앙일보] [취재일기] ‘전기차 후진국’으로 낙오하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정부까기가 끝나고 제조사 까기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팔짱끼고 있는 동안 Bolt가 출시되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내 제조사들도 Fuel Cell EV, Battery EV 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차량 효율 등에서는 앞선 부분을 보이기도 한다. 감격한박사님의 블로그 포스팅 전기차에서 효율은 과연 중요한가? 혹은 중요하지 않은가? 를 참고하자,

제도 시행·운영상 허점도 개선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기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녹슬거나 거미줄에 둘러싸여 있었다. 공영주차장·혼잡통행료 할인 등의 혜택도 시승하는 동안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출처: 중앙일보] [취재일기] ‘전기차 후진국’으로 낙오하지 않으려면

‘대부분’의 전기차가 관리가 되지 않아 녹슬거나 거미줄에 둘러쌓인 사진이 몇장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소 지킴이로 활동하는 나로서는 내가 사용하는 모든 충전기는 깨끗하고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설치 위치가 좋지 않아 거미줄이 쳐진 충전기가 있고, 고장 수리가 되지 않아 장기간 사용 불가한 충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대부분’이라니 굉장히 지나친 비약이다.

공영 주차장이나 혼잡통행료 할인의 경우는 해당 코스를 이용하지 않았으니 경험하지 못 한 것이다. 시승기 전체에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지 궁금하다면 전자신문 박태준 기자의 전기차 민자도로 통행료 100% 감면 후…혜택 받은 차량 수는? 기사를 읽고 공부하길 바란다.

민간업체가 만든 전기차 충전소 애플리케이션도 보완·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웹페이지로만 충전소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GPS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웹사이트를 쳐다보면서 충전소를 찾다간 교통사고가 날 수 있다. 전기차 후진국으로 전락한 느낌이지만, 한국만 시대 변화를 거부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제라도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전기차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 e메일을 보낸 독자에게 “당장 전기차를 구매하는 게 현명하죠!”라는 답변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달렸다.

[출처: 중앙일보] [취재일기] ‘전기차 후진국’으로 낙오하지 않으려면

환경부에서 만든 웹페이지는 GPS를 이용해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충전소 검색을 제공하고 있다. 화면을 첨부한다. 내가 안드로이드 유저이고 기사가 아이폰 유저라서 안 되었다고 하면 현재 아이폰도 잘 된다는 제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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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체가 만든 어플의 경우는 해당 기자의 능력 부족으로 잘못된 어플을 선택했지만 EVWhere (공용), EV Infra (안드로이드 전용) 을 이용하면 환경부 홈페이지 이상의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공모전을 통해 민간업체에서 개발한 어플에 장려금을 지원하고 내부 API 를 여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전기차 인프라 부족이라는 주장은 할 수 있다. 전기차 이용을 위해서 초기에 Learning Curve가 높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짓으로 점철된 기사를 쓰고 자기 변명에 급급한 메이저 일간지 기자를 보면서 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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